목성형 행성: 두번째 행성 토성 Saturnus
선명한 고리를 가지고 있어 태양계의 그 어떤 행성들보다도 아름다운 모양을 가지고 있는 토성은, 로마의 신 '사투르누스(Saturnus)'에 기원했습니다. 영어에서 토요일을 나타내는 Saturday도 여기서 나왔는데, 이는 그리스 신화에서의 제우스의 아버지인 크로노스, 바빌로니아에서는 니누르타(Ninurta)에 해당된다고 합니다. 동양에서는 흙을 의미하는 土星 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토성은 태양으로부터 여섯 번째에 있는 태양계의 행성으로, 진성(鎭星)으로도 불립니다. 토성은 태양계 내의 행성 중 목성에 이어 두 번째로 크며, 지름은 약 12만 킬로미터로, 지구의 9.1배이며 부피는 760배에 달합니다. 이에 비해 질량은 지구의 95배 밖에 안되기 때문에 토성의 평균 밀도는 0.7g/cm3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토성의 표면 중력은 지구와 비슷하며 토성은 목성, 천왕성, 해왕성과 함께 목성형 행성으로 분류됩니다.
토성을 대표하는 고리
토성의 고리는 다른 태양계 행성들의 고리에 비해 눈에 잘 띄어 더욱 유명합니다. 1610년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망원경을 이용하여 토성의 고리를 처음으로 관측하였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것이 고리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아내지는 못하였고, 갈릴레이는 이를 토성에 귀가 있다고 표현하였습니다.
1609년 갈릴레이는 망원경으로 토성을 관찰하다가 토성의 양쪽에 귀 모양의 괴상한 물체가 붙어 있다가 밤이 깊어지면 차츰 사라지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갈릴레이는 이 때부터 약 3년 동안 토성의 두 개의 귀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관측을 계속했습니다. 그로부터 50년 뒤 네덜란드의 천문학자 호이겐스가 토성의 '양쪽의 귀' 실체를 정확히 밝혀냈습니다. 그것은, 귀가 아니라 고리라는 것인데 호이겐스는 이 엄청난 정보를 혼자만 알고 있을 수 없어 3년 뒤에 발표하고야 말았습니다. "토성의 양쪽 귀는 엷은 고리이다. 이 고리는 토성에 붙어 있지 않고 떨어져 있다." 호이겐스가 이러한 내용을 설명한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은 모두 놀라고 말았습니다. 1675년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카시니(Jean Dominique Cassini)는 더욱 좋은 망원경을 이용해 토성의 고리를 자세히 관찰하여 토성의 고리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또한, 그는 고리 사이의 검은 선으로 보이는 거대한 간격을 찾아냈으며, 이 간격이 바로 '카시니간극(카시니 틈, Cassini division)'입니다.
토성의 고리는 적도 면에 자리 잡고 있으며 토성 표면에서 약 7만~14만km까지 분포하고 있습니다. 토성의 고리는 아주 작은 알갱이크기에서부터 기차만한 크기의 얼음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고리의 두께는 약 7만 km에 이르며 레코드판처럼 여러층이 나열되어 있는데 한 개의 작은 고리 두께는 9 50m에 불과합니다. 토성의 고리 표면은 수근 알갱이 만한 것에서부터 기차 크기 만한 얼음들이 널려 있어 얼음 조각 작품의 전시장을 방불케 합니다.
많은 천문학자들은 토성이 생성된 뒤 남은 물질이 고리를 이룬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성운에서 토성이 생성되고, 이와 같은 시기에 고리도 생성되었다는 설로, 이는 토성의 거대한 고리계와 고리의 희박한 밀도 등 여러 가지를 설명할 수 있으나, 어떻게 고리계가 45억 년 이상 유지될 수 있었는지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부 천문학자들은 토성의 고리에 대하여 토성의 강한 중력을 못 이겨 산산조각이 난 위성의 잔해물이라 주장합니다. 즉 위성이나 유성체, 혜성과 같은 천체들이 토성에 가까이 접근하면 조석력에 의하여 부서지게 되고, 이후 잔해들이 남아 상호 마찰로 인해 더욱 잘게 부서져 고리를 형성한다는 것입니다.
토성의 공전과 자전
토성은 기체로 이루어진 행성이라 차등자전을(한 천체 내에서 위치에 따라 자전주기가 달라지는 것) 하며, 자전축은 공전궤도면에 비하여 약 27° 기울어져 있습니다. 기울어져서 공전을 하므로 지구처럼 계절이 생기는데 지구에서 봤을 때 대략 30년을 주기로 고리의 모습이 바뀌게 됩니다. 고리의 평면이 태양과 일치할 때 우리의 시각에서는 토성의 고리가 보이지 않게되며 한 주기에 두 번 즉 약 15년에 한 번씩 일어나게 됩니다.
육각형으로 형성되는 구름
토성의 북극(위도 약 77도)에는 육각형으로 회전하는 구름이 존재합니다. '육각형 구름' 또는 '육각형 제트류'로 불리는 이 구름은 1980년대 보이저 호에 의해 발견된 뒤 토성의 공전주기로 인해 관찰이 불가능했다가 약 30년 뒤 카시니 호에 의해 다시 촬영되었습니다. 구름이 차지하는 영역이 지구의 두 배 크기 정도 되며, 그 안에서 제트류가 초속 100m 정도로 회전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이 육각형 구름 현상은 카시니 호 연구원에 의해 우주에서 일어나는 가장 아름다운 미스터리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후 액체를 통한 실험으로 비슷한 모양이 나타나는 현상을 재현할 수가 있다는 보고가 나왔습니다. 덴마크 공과 대학 물리학과의 토마스 욘손 등이 2008년에 발표한 관련 실험 논문에 따르면, 원통형 용기에 액체를 채우고 그 안에서 원판을 전동기로 회전시키면서 원통 위에서 이를 관찰하면 전동기의 회전수에 따라 원심력에 의해 삼각형에서 육각형까지 다각형이 나타나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토성의 북극 내부가 이와 비슷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토성의 위성들
토성은 수십 개의 위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 위성들은 대부분 얼음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고, 일부는 암석도 섞여 있습니다. 토성에는 현재 확인된 위성이 60개 이상이 있고, 공식적으로 이름이 붙여진 위성은 53개 입니다. 목성의 가니메데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위성인 타이탄은 주로 질소와 메탄으로 이루어진 짙은 대기를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위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와 같이 토성은 태양계에서 2번째로 위성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행성입니다.
토성의 위성들을 보면 상대적으로 커다란 위성은 처음 생긴 충돌구덩이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지 않습니다. 즉 어떠한 내부 열원으로 표면이 변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위성은 충돌구덩이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서 천문학자들은 토성의 위성이 몇 개의 큰 천체가 깨어져 생성된 것이라 추측하고 있습니다.
토성에는 태양계에서 두 번째로 커다란 위성인 타이탄을 가지고 있다. 타이탄은 지름 약 5,150km, 질량 약 1.37x1023으로, 태양계 위성 중 목성의 가니메데 다음으로 큰 위성입니다. 타이탄은 표면 중력이 작음에도 불구하고 온도가 낮아(약 -180°C) 짙은 대기를 가지고 있었는데, 1944년 천문학자 카이퍼(Gerard Peter Kuiper)는 타이탄의 대기에 메탄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타이탄의 대기는 대부분 질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메탄과 아르곤, 그리고 미량의 수소분자, 일산화탄소 등이 존재합니다. 타이탄이 발견된 후 카시니는 1671년부터 1684년 사이에 이아페투스(Iapetus), 테티스(Tethys), 디오네(Dione) 등 몇몇 토성의 위성들을 발견해 토성 연구에 큰 공을 세웠습니다. 카시니가 발견한 위성들은 목성의 가장 작은 갈릴레이 위성 유로파보다 훨씬 작은 것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