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운설 - 태양계의 탄생과 죽음에 대한 가설
태양계가 어떻게 탄생하고 죽는가에 관한 운명을 설명하는 많은 가설들이 있는데, 현재 우주기원론 분야에서 태양계의 형성과 진화를 설명하는 데 있어 가장 널리 인정받는 가설은 성운설 또는 성운 가설(星雲說, 星雲假說, Nebula hypothesis) 입니다.
이 이론의 최초 주창자는 이마누엘 칸트로 1755년 저작 《보편자연사 및 천공 이론》에서 관련 내용을 소개하였습니다. 행성계 탄생 과정은 원래 태양계를 설명하기 위한 가설이었으나 현재는 전 우주에 걸친 보편적 현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널리 인정된 현대 변종(變種) 성운이론은 태양성운원반모형(solar nebular disk model, SNDM) 또는 태양성운모형(solar nebular model)입니다. 이 이론은 행성들의 공전궤도가 원 모양에 가깝고 거의 같은 공전면 위에 놓여 있으며 공전방향이 태양의 자전 방향과 같다는 사실 등 태양계의 다양한 특징을 설명해 줍니다. 최초 성운가설을 구성하는 요소들 중 일부는 현대 행성탄생 이론에서 다시 등장했으나 대부분은 대체 되었습니다.
칸트 당시 성운설을 둘러싸고 일종의 우선권 다툼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그 저작이 인쇄소의 파산에 의해 출판되지 않은 채 성운설을 포함한 람베르트의 『우주론 서간』(1761)이 간행되고, 그 때문에 칸트는 『증명근거』에 그 저작의 요약을 게재하여 거기에 이미 람베르트와 마찬가지의 성운설이 말해지고 있다는 것을 기록하며, 이에 대해 람베르트가 자기의 성운 관찰이 1749년의 사건이었다고 칸트 앞으로 써 보낸 것이 그 발단이었습니다. 라플라스는 이와 관계없이 1796년 허셸의 관찰 결과에 기초하여 그의 성운설을 제창하고 있으며, 그 후 19세기 중반 무렵이 되어 그의 선구가 칸트의 학설이라고 지목되고, 그 결과 양자의 성운설이 칸트/라플라스설이라고 칭해져(쇼펜하우어) 유포되기에(뷔히너 등) 이르렀습니다.
성운가설에 따르면 항성은 거대하고 밀도 높은 분자수소 구름(거대분자운, GMC) 속에서 태어납니다. 이 구름은 중력적으로 불안정하며 물질은 그 가운데에서 좀 더 작고 밀도 높은 덩어리로 뭉친 뒤 회전하고 붕괴하면서 항성이 됩니다. 항성탄생은 복잡한 과정으로 이제 막 태어난 별 주위에는 언제나 가스로 된 원시행성계원반이 생겨납니다. 이 원반에서 특정한 조건 아래 행성이 생겨날 수 있는데 그 조건은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 행성계가 생겨나는 것은 항성이 생겨나는 데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로 보여집니다. 태양과 비슷한 항성이 생겨나는 데에는 대략 100만 년이 걸리며 원시행성계원반이 행성계로 진화하는 데에는 그 후 1000만 ~ 1억 년이 추가로 걸립니다.
이 원시행성계원반은 중심별에 물질을 공급하는 강착원반이니다. 이 원반은 처음에는 매우 뜨거우나 이후 식어 황소자리 T형 항성으로 진화합니다. 황소자리 T형 단계에서 암석과 얼음으로 된 미세한 먼지입자가 생겨나는데 이 입자들은 최종적으로 1킬로미터 크기의 미행성으로 자라나게 됩니다. 만약 원반의 질량이 충분히 크다면 강착의 속도는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10만 년 ~ 30만 년 사이에 달에서 화성 정도 질량의 원시행성으로 빠르게 자라납니다. 항성으로부터 가까운 곳에서 이 원시행성들은 격렬한 융합 단계를 거쳐서 수 개의 암석 행성이 됩니다. 이 마지막 단계에는 대략 1억 년에서 10억 년이 소요됩니다.
가스행성의 형성은 보다 복잡한 과정을 거칩니다. 가스행성은 동결선 너머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곳에 있는 행성 배아(planetary embryo)들은 주로 여러 종류의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결과 이 곳의 행성 배아는 원시행성계원반 안쪽에 있는 것들보다 질량이 몇 배 크며 행성 배아가 만들어진 이후 진화 과정이 어떤지는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일부 행성 배아는 지구질량 5~10배 수준까지 자라나는데 이 '문지방 질량'에 이르면 원반에 있던 수소, 헬륨 기체가 행성 표면에 강착되기 시작합니다. 중심핵이 주변 기체를 모으는 과정은 처음에는 수백만 년에 걸쳐 천천히 진행되나 원시행성 질량이 지구의 30배에 다다르면 질량 증가 속도는 폭주하여 빨라집니다. 목성과 토성과 같은 가스행성들은 불과 1만 년 만에 현재 질량에 다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강착 과정은 주변의 기체가 행성에 전부 빨아먹히면 끝나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행성들은 이후 공전궤도가 크게 바뀔 수 있습니다. 천왕성과 해왕성 같은 얼음 행성들은 '실패한 중심핵'으로 보이며 이들은 원반 물질이 거의 다 사라졌을 때 뒤늦게 물질을 흡수하여 크게 자라나지 못했습니다.